[성명서]2019 세법개정안에 대한 한국노총 입장

25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발표한 2019년 세법개정안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세정책’으로 포장된 기업조세특혜 개정안이다.
세제 개편안 내용 중 가장 큰 문제는 가업승계로 둔갑한 ‘부의 세습’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투자 활성화를 명목으로 가업상속 사후관리 기간을 3년이나 줄였고, 자산 유지의무와  고용유지 의무를 완화하고, 조세제도 합리화라는 명목 하에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상속과 증여에 매기는 할증률에서 지분율 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전통가업을 재산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의 대물림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결국 소수의 가진 자에 주는 특혜이며,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혁신성장을 위해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 비용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문제다. 기업의 세액 공제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조세지출은 경제활력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범위가 방대하고 형평성 등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조세지출은 매우 엄격하고 신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까지 대기업의 임시투자세액 공제 등 조세지출을 축소해 왔다. 그러나 과거 정부들과 같이 임기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혁신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재벌대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으로 역행하고 있다.

한편, 소비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내국인 면세점 구매 한도 확대, 승용차 개별소비세 한시 감면 등과 같은 임시방편의 대책들은 근본적인 소비 활성화 정책이 아니다.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하기위해선 소득주도성장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한편 이번 세제개편방안에서는 조세정의를 실현하기위한 내용이 빠져있다. 소득세 및 법인세 누진 강화, 금융 및 임대소득 과세 강화,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의 증세대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조세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서민지원방안으로 사적연금에 대한 지원 확대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사적 연금 세제 지원 확대는 국민 노후 소득보장 목적보다 금융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적 연금 보다는 가장 대표적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세제지원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의 반환일시금에 대한 세액공제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노동자 그리고 국민을 위한 세제개편 내용도 부족하다.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노동자대표 참여 확대 등 개선대책이 마련되야 한다. 또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 기후변화로 환경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납세자이자 국민인 노동자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고, 노동계와의 공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도 생략되었다.

세법개정의 기본 방향인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과감한 증세가 필요하며 그러한 증세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강력한 세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세법 개정안은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에서 완전히 벗어나 지난 정부의 재벌특혜 중심의 조세정책을 되풀이 한 무의미한 개정안에 불과하다.

2019년 7월 2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