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당정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대책」관련 한국노총 입장

국민의힘과 정부가 당정협의회를 개최하여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대책」을 발표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추가 적용유예를 위해 열악하고 위험한 중소규모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포기한 맹탕 수준의 지원책이다. 1.2조원 재정투입도 기존 예산에서 확대된 부분은 거의 없고, 공동안전관리자 지원 120억원을 빼고 나면 전년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지원대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추진배경의 문제점

정부는 지난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며 위험성평가 강화를 표방했다. 그러나 실상은 위험성평가 기법만 완화했을뿐 위험성평가를 미실시 등에 대해서는 손을 놓았다. 오히려 현 정부들어 진행한 산업안전보건 수사감독 개편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현장 수사감독만 더 늘어지고 있다. 안전보건규칙도 사업장이 지켜야 할 의무사항을 권고사항으로 낮춰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방임하거나 방치해도 처벌받지 않도록 만들었다. 지난 수십년 간 지원 정책을 펼쳐 왔으나, 과정과 성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있었는지 성찰부터 해야할 필요가 있다.

추진방안 1. 산업안전 대진단 및 종합지원체계 구축 문제점

정부는 민관합동 추진단 구성·운영에 노사를 배제했다. 최근 정부는 산재예방 및 보상과 관련한 여러 회의와 위원회에서 노사를 직·간접적으로 배제하여 고질적이고 장기적 문제들을 덮는 데에만 급급해왔다. 이번 지원대책 추진단에서도 노사를 배제한 것은 결과적으로 예스맨들로만 채우겠다는 의미다.

50인 미만 사업장(83.7만개) 대상 전수 자체진단 실시를 표방했지만. 전수 자체진단을 하지 않아도 패널티는 없다. 현 정부는 안전보건 법제도와 정책운영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안전보건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사실상 소규모 사업장 안전에 대한 방임과 방치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일 뿐이다. 

유예기간 연장 명분으로 제시한 정부 지원방식도 숙고가 필요하다.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 명분으로 이미 지원된 45만개소의 사업장은 지금 안전한가? 추가 2년 간의 유예기간은 지난 2년 간의 유예기간과 무엇이 다르기에, 기업이 재해예방을 위한 참여와 실천에 능동적, 자율적으로 임할 수 있는 기제가 어떻게 확보되었기에 앞으로 제공될 컨설팅, 교육 및 기술지도 등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더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지 의문이다. 숫자중심, 공급자 중심의 지원대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다. 

추진방안 2. 안전보건관리역량 확충 지원 문제점

안전보건관리역량 확충의 경우 컨설팅, 기술지도 등의 서비스 품질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없다. 안전보건 전문인력 양성도 2만 명을 어디서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노동단체가 요구한 공동안전관리자는 단순 컨설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의 실질적인 안전관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력양성의 경우 정부가 이미 몇 년간 안전관리자에 대한 선임기준과 자격인정 요건 완화하는 연구과제를 진행한 바 있다. 안전보건 전문인력 수요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를 방치한 채 안전보건 전문인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지 않고 숫자만 늘리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노사를 비롯한 학계의 전문가도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안전관리자 선임 또는 배치라는 형식적·절차적 실적이 안전보건관리 역량으로 포장된 채 엉터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봐야 한다.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지원사업은 노동계도 지속해서 요구해온 사업이다. 그러나 당장 2024년부터 600명의 안전관리전문가를 월 250만원의 낮은 인건비로 채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진방안 3. 작업환경 안전개선 문제점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비용 지원 확대 : 소규모 사업장은 스마트 안전장비가 우선적으로 필요하기 보다 기초적인 방호장치가 없어서 사고가 나는 소위 ‘재래형 산업재해’가 다수 발생하는 곳이다.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또한, 현재 스마트 안전장비는 안전보건공단 스마트안전보건미래기술원에서 인증위원회를 통해 선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선정 위원들이 관련 기업을 경영하거나 산학협력을 통해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로 운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 중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부처협업형 모델 확대 : 과거 사례를 볼 때 시간만 흘려보낼 뿐 성과가 없을 것이 자명하다. 특히, 고위험 산단을 대상으로 한 안전모니터링 시스템 설치지원 확대는 ①노동자의 통제와 감시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고 ②개인정보보호법상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갖는 등 노동 현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③해당 작업의 근로자 전원, 노조 또는 노사협의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의 동의 하에 제한적으로 설치하여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안전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설치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추진방안 4. 민간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 문제점

민간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 :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내용은 없고 재해예방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만 하고 있다. 감나무 밑에 누워서 홍시가 입 안에 떨어지기를 바라는 꼴이다. 

50인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더이상 유예돼선 안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당시 적용하기로 했던 2024년 1월 27일부터 반드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와 개악을 주장하거나 동조하는 모든 세력은 사회적 살인에 동조하는 세력이다. 정부, 특히 고용노동부는 사용자 단체의 대변인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본분을 가진 정부 부처임을 자각하고 더이상 50인미만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에 앞장서는 패악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3년 12월 27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